브랜드로 말하는 ‘환경’

2008년 브랜딩에서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환경’ 키워드가 브랜드에 직접 표면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에 기업들이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진행하던 환경 캠페인이나 슬로건을 통한 방식과는 다른 것으로, 환경이라는 주제를 브랜드로 표면화 함으로써 보다 직접적으로 강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였다.

사실 캠페인이나 슬로건 방식의 환경주의 프로젝트를 통한 기업 이미지 제고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되어 왔었다. 가까운 일본의 전자 제품 브랜드들의 사례만 보더라도 이전부터 시작하여 2008년을 관통하며 계속 진행되어 온 환경주의 프로젝트를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SHARP의 ‘ecolife’, Panasonic의 ‘eco ideas’, SANYO의 ‘THINK GAIA’ 등, 2008년 일본 전자 제품 브랜드의 경향은 ‘누가 더 지구를 생각하는가’를 경쟁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환경에 대한 관심을 기업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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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RAP의 ecolife 캠페인: ‘CO2가 적어지는 생활로. 에코로지 클래스로 갑시다.  SHARP.’
(그림 출처: SHARP 공식 웹 사이트 http://www.sharp.co.jp/eco/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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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asonic의 eco ideas 캠페인: ‘파나소닉은, 모든 활동에 있어 ‘한걸음 앞선 에코’를 지향합니다.’
(그림 출처: Panasonic 공식 웹 사이트 http://panasonic.co.jp/eco/eco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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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YO의 Think GAIA 캠페인
(그림 출처: SANYO 공식 웹 사이트 http://sanyo.com/thinkgaia/)


이러한 일본의 주요 기업들의 행보에는 ‘교토 의정서’, ‘Cool Earth 에너지 혁신 기술 계획’을 비롯한 환경 협약 및 관련 법규들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05년 2월 16일 교토 의정서의 발효가 공식화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 의무와 함께 ‘국제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여분의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고, 2008년부터는 일본에서도 CO2의 감소 의무 실시가 시작되었다. 이로써 일본은 향후 5년간 90년 대비 CO2 배출량 -6%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같은 대외적 환경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 것이 바로 자동차 업계였다. 교토 의정서의 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이 환경 부하 저감을 위한 약속을 환경성과 체결하는 제도인 ‘Eco First’ 제도가 2008년 4월부터 시작되면서, 일본의 자동차 업계들도 이에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본의 메이저 자동차 업체 닛산은 환경성으로부터 ‘Eco First 기업’으로 인정 받았으며 ‘Green Program’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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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SAN의 Green Program: ‘사람과 자동차와 자연의 공생’을 목표로, NISSAN GREEN PROGRAM
(그림 출처: NISSAN 공식 웹 사이트 http://www.nissan-global.com/JP/ENVIRONMENT/)


그리고 토요타 역시 ‘エコ替え(에코가에, 에코로 바꾸기)’ 캠페인을 통해 친환경적인 기술 혁신을 통한 연비 절감 및 자연 친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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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자동차의 エコ替え 캠페인
(그림 출처: TOYOTA 공식 웹 사이트 http://ecogae.jp/)


이처럼 2008년 일본의 전자 및 자동차 업계의 주요 키워드는 환경과 생태를 의미하는 ‘ecology’에서 따 온 ‘ECO’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우리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2008년 8월 지식경제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결정한 장기 에너지 계획을 발표하여, 저탄소 녹색 성장의 기조를 뒷받침 하였다. 이러한 정책 환경의 변화를 통해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에서도 특히 환경 분야가 더욱 부각되었고, 우리 기업들도 그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환경 문제를 브랜드에 어떻게 반영하였을까.

우리의 경우는 일본의 사례보다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였다. 단순히 슬로건이나 캠페인을 통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에 직접 ‘환경’을 표현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현대 자동차의 친환경 통합 브랜드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를 들 수 있다. 블루 드라이브는 하늘과 바다를 상징하는 색상인 Blue와 이동성 및 추진력, 자동차의 드라이빙을 의미하는 Drive를 결합하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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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의 친환경 통합 브랜드,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

(그림 출처1: 이데일리 http://www.edaily.co.kr/News/Enterprise/NewsRead.asp?sub_cd=HC21&newsid=01430086586607688&clkcode=00203&DirCode=00403&OutLnkChk=Y
그림 출처2: 자동차신문 http://www.autodaily.co.kr/news/news_read.php?uid=13811&url=/search/search_total&s_key=통합&s_word=blue%20drive)


여기서는 환경 카테고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색상인 Green이 아닌 Blue를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BLU서비스와 연계하는 동시에 신선함과 함께 친환경 기술의 미래 지향적 이미지까지 제고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친환경 선도 기업으로써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고효율을 위한 기술력의 이미지도 동시에 확보하였다. 현대 자동차는 이것을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차, 바이오연료차 등 모든 친환경 신기술이 적용된 자동차에 부착하여, 통합 브랜드로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편, 기아 자동차에서는 2008년부터 준비하여 친환경 브랜드인 에코 다이나믹스(eco Dynamics)를 선보였다. 에코 다이나믹스는 자연과 환경을 의미하는 ecology와 경제성과 효율성을 의미하는 economy를 동시에 표현한 키워드인 ECO, 그리고 힘과 에너지를 의미하는 Dynamics를 조합하여 만든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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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자동차의 친환경 브랜드, 에코 다이나믹스(eco Dynamics)
(그림 출처: 자동차신문 http://www.autodaily.co.kr/news/news_read.php?multi=photo_news&uid=15124&url=photo_news&news_title=포토뉴스&page_no=1&f_no=1)

기아 자동차는 ‘에코 드라이빙 시스템(Eco Driving System)’에 이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키워드인 ‘eco’를 사용함으로써, 직관적인 친환경 이미지를 확보하고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밖에도 쌍용 자동차는 친환경 도시형 CUV인 C200의 모델명을 ‘ECO’로 결정하고 모노코크 CUV 개발을 진행하였다.


이처럼 예전부터 꾸준히 강조되어 오던 환경에 대한 관심은 브랜딩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형태도 브랜드에 직접 표면화 되는 방식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08년 한 해 동안 이러한 환경 브랜드의 경향은 전자 및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특히 식품 부문의 경우에는 천연 성분을 강조하거나 자연 환경 키워드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친환경 브랜드의 이미지를 부각하였다.

애경의 주방세제 트리오 곡물 설거지는 기존 히트 제품이었던 트리오의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며 친환경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쌀겨와 우리밀 등 천연 곡물 성분의 자연 세정 효과를 가지는 제품의 ‘곡물’이라는 성분과 ‘설거지’라는 제품 속성을 그대로 표현하여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였다. ‘순수米’ 역시 천연 성분의 특성을 나타내는 키워드와 성분인 쌀(米)를 결합하여 환경 친화적인 제품 효익을 어필하였다. 그리고 엘지생활건강의 ‘자연퐁 쌀뜨물 안심 설거지’ 역시 이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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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의 제품 성분을 브랜드에 강조한 주방 세제 브랜드들: 애경 트리오 곡물 설거지와 순수米, 엘지생활건강 자연퐁 쌀뜨물 안심설거지
(그림 출처: 애경 공식 웹 사이트 http://www.aekyung.co.kr/)

한편, 미국 소고기 수입, 멜라닌 파동, 각종 식품 이물질 사건 등 2008년 내내 끊이지 않았던 식품 관련 사건 사고들을 거치며 제조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짐에 따라, 이는 자연스레 친환경 유기농 제품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에 힘입어, 오리온의 유기농 과자 브랜드 ‘마켓오(Market O)’의 경우 과자 시장에 프리미엄 친환경 카테고리를 정착시키며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 했다. 마켓오는 유기농(Organic)을 뜻하는 이니셜 ‘O’를 활용하여 카테고리 대표성을 획득하고, 적용성을 강화하였다. 웰빙 과자 ‘닥터유’의 경우에는 가정의학과 교수와 공동 프로젝트로 개발하여, 이름으로 전문가를 통한 신뢰를 강화하고 의인화로 친근감을 부여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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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친환경 과자 브랜드의 선전: 마켓오, 닥터유
(그림 출처1: 마켓오 공식 웹 사이트 http://www.themarketo.com/
그림 출처2: 파이낸셜뉴스 http://www.fnnews.com/view?ra=Sent0601m_View&corp=fnnews&arcid=0921516486&cDateYear=2008&cDateMonth=12&cDateDay=22)


마켓오와 닥터유의 선전은 이후 해태의 ‘뷰티 스타일’, 크라운의 ‘자연 이야기’, 롯데의 ‘마더스 핑거’ 등 후발 주자들의 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친환경 유기농 제품들의 약진은 소비자의 심리적 불안과 함께 점점 더 높아지는 생활 속 안전과 웰빙에 대한 요구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식품 및 생활용품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이러한 움직임들이 친환경 제품으로의 요구로 이어지고, 브랜드도 그러한 경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식품과 생활용품에서부터 시작한 친환경 트렌드는 화장품 및 의류 등 소비 전반에 걸쳐 확산된다.

(2008 Branding Trend (3) 브랜드 크로스오버, 이업종간 Co-branding에서 계속)

Posted by cre8